요즘 들어 흰머리가 부쩍 빨리 자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전에는 계절이 한 번 지나갈 즈음에야 조금씩 보이던 흰머리가 이젠 두어 달이 멀다 하고 눈에 띄기 시작하네요.
나이가 들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서 "벌써?"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시간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며 부모님께 더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는 요즘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어요.
흰머리 관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미용실에 가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 조금 변화를 주기 위해 셀프 염색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조금 두려웠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집중하는 것이 꽤나 즐겁게 다가오더라고요.
색깔을 고르고, 염색약을 준비하고, 한 가닥씩 차근차근 칠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머리카락을 보며 작은 성취감도 느끼게 됩니다.
셀프 염색 후에는 결과물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공원을 자주 찾습니다.
그동안 너무 일상에 바빠 잊고 지냈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산책 시간이랄까요. 초록이 우거진 길을 따라 걷거나,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땅의 냄새를 맡으면 흰머리든 아니든 시간의 흐름에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또한, 걷는 동안 바람에 살짝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잘 된 염색 색상이 자연광에서 얼마나 예쁘게 보이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이제는 매달 셀프 염색을 하고 나면 꼭 공원에 가는 것이 저만의 루틴이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흰머리 한 올 한 올에 마음이 무겁다면,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염색을 끝내고 공원을 걸을 때마다 다시금 찾아오는 '나만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흐르는 시간에 대한 자연스러운 수용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도 공원을 산책하며 잔잔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흰머리가 늘어나는 건 막을 수 없지만, 그 시간을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저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랍니다.